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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트랜스포머 개봉소식을 처음 들었을때 그냥 로봇이 싸우는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번 돌려보면서 알게 된 건, 이 영화 안에는 제작진이 숨겨둔 디테일과 비하인드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장난감 회사의 프로젝트로 출발해 마이클 베이의 손을 거쳐 완성된 2007년작 트랜스포머 1편, 다시 봐도 짧게 느껴지는 이 영화의 뒷이야기를 제가 직접 정리해봤습니다.
제작 비하인드 — 장난감에서 시작된 의외의 탄생 과정
일반적으로 블록버스터 영화는 처음부터 치밀한 기획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트랜스포머의 출발점은 제가 예상했던 것과 꽤 달랐습니다. 원래 제작자 돈 머피가 실사화하려 했던 건 트랜스포머가 아니라 해즈브로의 또 다른 인기 장난감 라인인 지아이조(G.I. Joe)였습니다. 그런데 2003년 이라크 전쟁 발발로 분위기가 뒤숭숭해지자, 군인 캐릭터가 전면에 나서는 지아이조 대신 트랜스포머로 방향을 틀게 됐다고 합니다. 전쟁 여론 하나가 영화사를 바꿔버린 셈이죠.
감독 섭외 과정도 재밌습니다. 마이클 베이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멍청한 장난감 영화 따위엔 관심 없다"라고 딱 잘라 거절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발언을 한 감독이 결국 시리즈 전체를 이끌게 됐다는 반전이 이 영화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가 마음을 돌린 건 순전히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한 번쯤은 가족 영화 스타일 작품을 찍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주인공 샘 윗위키 캐스팅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샘은 설정상 10대 소년이라 마이클 베이는 당시 20대였던 샤이아 라보프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직접 만나보니 15살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동안이었다고 합니다. 촬영 첫날 개에게 쫓기는 장면에서 훈련된 개들이 훈련사의 명령을 무시하고 진짜로 샤이아를 쫓아갔다는 비하인드는 지금 들어도 웃음이 나옵니다. 제가 직접 그 상황에 있었다면 영화고 뭐고 도망가기 바빴을 것 같습니다.
- 원래 기획은 지아이조 실사화 → 이라크 전쟁 발발로 트랜스포머로 교체
- 마이클 베이는 처음엔 감독 제안을 거절 → 스필버그와의 협업 기대로 수락
- 샤이아 라보프는 동안 외모 덕분에 10대 역할로 캐스팅 확정
- 촬영 첫날 개 추격 장면은 실제 사고에 가까운 아찔한 현장이었음
디자인 비밀 — CG팀이 영혼을 갈아 넣은 변신 설계
트랜스포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변신 장면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CG로 뚝딱 만들었겠지 싶었는데, 실제 제작 방식을 알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마이클 베이는 트랜스포머들의 변신이 현실적으로 보이길 원했고, 그래서 CG팀은 각 자동차·전투기·탱크의 실제 내부 설계도를 전부 가져와 분석한 뒤 부품 하나하나를 모델링했습니다.
여기서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 단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이 납니다. 프리프로덕션이란 촬영 전 기획·설계·제작 준비를 총칭하는 단계인데, 이 영화에서는 CG 설계만으로도 수개월이 소요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 범블비는 총 7,433개 부품, 메가트론은 2,411개, 옵티머스 프라임은 무려 10,108개의 부품으로 구성됩니다. 전체 트랜스포머들의 부품 수를 합산하면 62,17개에 달하는데,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잘못 읽은 줄 알았습니다.
루빅스 큐브(Rubik's Cube)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변신 방식도 인상적입니다. 루빅스 큐브란 수십 개의 작은 블록이 연동되어 전체 형태를 바꾸는 퍼즐 장난감인데, 수만 개의 부품이 정교하게 맞물려 차에서 로봇으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의 구조가 바로 이 원리에서 착안된 것입니다. 제가 직접 옵티머스 프라임 변신 장면을 슬로모션으로 돌려봤을 때, 10,108개라는 숫자가 과장이 아니라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 철학도 꼼꼼하게 설계됐습니다. 트랜스포머들의 메카닉(Mechanic) 외형은 일본 갑옷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메카닉이란 기계적 구조와 부품 배치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영화에서는 유기적이면서도 금속적인 질감을 동시에 구현하기 위해 이 개념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오토봇 얼굴은 오토봇 로고를, 디셉티콘 얼굴은 디셉티콘 로고를 기반으로 설계했고, 오토봇의 눈은 파란색, 디셉티콘의 눈은 빨간색으로 통일한 것도 원작 고증을 철저히 지킨 결과입니다. CG팀 전원이 원작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열혈 팬들이었다는 점도 이 디테일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맥락입니다(출처: IMDb, Transformers (2007)).
이스터에그 — 두 번째 볼 때 보이는 숨겨진 디테일들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빠른 전개에 정신이 없어 놓쳤는데, 두 번째 이후로 하나씩 발견하면서 이스터에그(Easter egg) 찾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이스터에그란 제작진이 작품 곳곳에 몰래 숨겨놓은 숨은 참조나 유머를 뜻하는 영화·게임 업계의 용어입니다.
범블비가 처음 등장할 때 옆에 있는 노란색 폭스바겐 비틀을 바로 쳐버리는 장면은 원작 팬들이라면 바로 알아챌 수 있는 장면입니다. 원작에서 범블비의 차량 모델이 폭스바겐 비틀이었는데, 영화 '러브 버그'의 자동차 허비와 이미지가 겹친다는 이유로 쉐보레 카마로로 교체됐다는 것, 그래서 그 비틀을 화끈하게 걷어차는 장면을 집어넣은 것입니다. 제가 이 장면을 처음 알아챘을 때는 혼자 피식 웃었습니다.
샘의 이베이 아이디 '작업남 217'에서 217은 마이클 베이의 생일인 2월 17일을 넣은 셀프 이스터에그입니다. 후반부에 메가트론에게 맞고 튕겨 나가는 남성이 마이클 베이 본인의 카메오 출연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감독 특유의 유머 감각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아마겟돈에 대한 셀프 오마주 대사까지 챙겨 넣은 걸 보면 마이클 베이가 자기 필모그래피를 꽤 애정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프렌지가 칼날을 전부 소모한 뒤 라디오 화면에 'NO DISC'라는 문구가 뜨는 디테일, 바리케이트 경찰차 뒷면에 '보호하고 봉사하기 위해' 대신 '처벌하고 노예화하기 위해'라고 적혀 있는 부분, 메가트론이 던진 자동차 번호판에 '에너존(Energon)'이 적혀 있는 장면도 제가 직접 확인한 포인트들입니다. 에너존이란 원작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트랜스포머들의 주 에너지원이자 연료를 뜻하는 고유 명칭으로, 원작 팬들을 위한 일종의 팬 서비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범블비의 백미러에 걸려 있는 호박벌 모형도 범블비라는 이름이 번역하면 '호박벌'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깨알 같은 디테일입니다. 이런 요소들은 제작진이 얼마나 원작을 존중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출처: Hasbro 공식 사이트).
이 영화에서 명장면은 이스터에그보다 범블비가 음성 기능 고장으로 라디오 음원을 틀어 의사소통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대사 한 마디 없이도 감정이 전달되는 연출이 참 좋았습니다. 반면 미카엘라가 본넷(보닛)을 여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노골적으로 움직이는 연출은, 지금 다시 보면 조금 과하다 싶긴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외딴곳으로 갔을 때 정신없이 움직이는 작은 디셉티콘 프렌지가 미카엘라의 물건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진심으로 대신 버려주고 싶을 만큼 성가셨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범블비가 왜 폭스바겐 비틀에서 쉐보레 카마로로 바뀐 건가요?
A. 영화 '러브 버그'에 등장하는 허비라는 자동차와 이미지가 지나치게 겹친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였고, 마이클 베이 감독이 폭스바겐 비틀은 간지가 안 난다고 판단한 것이 두 번째 이유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원작 고증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실사 영화에서는 '현실적 설득력'이 원작 충실도보다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제작진은 첫 등장 장면에서 비틀을 내쳐버리는 이스터에그로 원작 팬들에게 윙크를 남겼습니다.
Q. 옵티머스 프라임이 캡오버 트럭에서 황소코 트럭으로 바뀐 이유가 뭔가요?
A. 캡오버 트럭이란 운전석이 엔진 위에 올라가 차량 앞면이 평평한 구조의 트럭을 말합니다. 제작진 테스트 결과 캡오버 트럭으로는 변신 시 로봇 높이가 최대 6m에 그쳤는데, 설정상 옵티머스 프라임의 키가 약 8.5m라 이를 구현하기 위해 앞면이 돌출된 황소코 트럭으로 변경했습니다. 원작 고증보다 실사 스케일 구현이 먼저였던 셈입니다.
Q. 트랜스포머 1편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장면이 있나요?
A. 있습니다. 사막에서 미군들이 지원 요청을 위해 카드 결제로 막혔던 장면은 1983년 그레나다 침공 당시 실제로 있었던 에피소드를 모티브로 만들었습니다. 또한 마이클 베이가 진짜 폭탄을 심어놓고 배우들에게 "다치기 싫으면 뛰어라"고 해서 배우들의 공포 표정이 100% 실제 반응이었다는 비하인드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블록버스터 액션은 전부 연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 경험상 마이클 베이 촬영 현장은 꽤 다른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Q. 미카엘라 역은 원래 다른 배우가 캐스팅될 뻔했나요?
A.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엠마 스톤이 오디션에 참여했지만 최종적으로 메간 폭스가 역할을 가져갔습니다. 또한 초기 각본에서는 미카엘라의 파란색 베스파 스쿠터가 여성형 트랜스포머 알시(Arcee)로 변신할 예정이었으나, 여성형 로봇 묘사의 어려움과 마이클 베이의 오토바이 기피로 무산됐습니다.
결론
트랜스포머 1편은 장난감 IP(지식재산권)에서 출발했지만, 제가 비하인드를 하나씩 파고들수록 단순한 상업 영화 이상의 공력이 담겨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마이클 베이가 거절했다가 수락한 우연, CG팀이 설계도를 뜯어본 집요함, 이스터에그 하나하나에 담긴 원작 애정까지, 알고 보면 훨씬 더 잘 보이는 영화입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워낙 여러 편 나온 탓에 1편의 완성도를 과소평가하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1편만큼은 지금 다시 봐도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몇 안 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이스터에그 포인트들을 하나씩 체크하면서 다시 보시면, 전혀 다른 재미를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