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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조직이나 모임 내에서 각자의 이익과 목적에 따라 미묘하게 움직이는 역학 관계와 신경전을 조율해야 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문득 공동의 목표를 위해 뭉쳤다가도 언제든 배신할 수 있는 냉혹한 인간 심리를 완벽하게 은유한 영화 <도둑들>이 떠올라 다시 감상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보니 단순한 오락 영화 이상의 인간 군상 씁쓸한 드라마로 다가왔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몰입했던 부분은 10명에 달하는 도둑들의 관계망이 마치 ' 현대 사회의 삭막한 직장 생활'을 쏙 빼닮았다는 점이었습니다. 팀을 이끄는 리더인 마카오 박은 냉철하고 속을 알 수 없는 깐깐한 CEO 같고, 뽀빠이는 만년 2인자로서 본인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 끊임없이 뒤통수를 칠 기회만 노리는 서러운 부장급 사원처럼 보였습니다. 여기에 자신의 기술력을 믿고 당돌하게 행동하는 예니콜은 요즘 말하는 당찬 MZ 세대 핵심 인재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어서 보는 내내 혼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각자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 겉으로는 웃으며 협력하지만, 속으로는 언제든 서로를 배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의 심리전은 단순한 범죄 오락을 넘어 소름 끼치도록 현실적이었습니다.
1. 뽀빠이와 예니콜의 관계성으로 본 현대 조직 사회의 이면
가장 짜릿했던 최고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전지현 배우가 연기한 예니콜의 건물 외벽 줄타기 액션입니다. 시원하게 빌딩 숲을 활강하는 시각적인 쾌감도 대단했지만, 제가 주목한 것은 캐릭터의 뻔뻔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대사 처리였습니다. 위기 상황 속에서도 특유의 여유를 잃지 않고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가 무거워질 수 있는 범죄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해 주는 최고의 활력소였습니다. 반면, 후반부 아파트 외벽에서 펼쳐지는 김윤석 배우의 묵직한 와이어 총격 신은 앞선 액션들과는 전혀 다른 긴장감을 줍니다. 가벼운 컴퓨터 그래픽으로 떡칠한 요즘 액션 영화들과 달리, 줄 하나에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물리적인 타격감과 거친 호흡이 브라운관을 뚫고 그대로 전해져서 숨이 멎을 듯한 압도적인 연출적 긴장감을 선사했습니다.
스토리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단순한 다이아몬드 탈취극에 머물지 않고, 인물들이 가진 과거의 상처와 멜로 서사를 촘촘하게 엮어낸 점이 대단했습니다. 특히 예상치 못하게 가슴을 울렸던 부분은 임달화와 김해숙 배우가 보여준 중년의 짧은 로맨스였습니다. 서로 국적도 다르고 언어도 통하지 않지만, 죽음을 앞둔 절체절명의 순간에 눈빛만으로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비극적인 퇴장 장면에서는 가슴 한구석이 찡해지는 먹먹함을 느꼈습니다.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은 세련된 오락 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본질은 결핍과 욕망에 눈먼 인간들의 쓸쓸한 독백에 가깝습니다. 영화 속 대사처럼 우리가 평생을 살아가며 진짜 훔치고 싶었던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무거운 자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한국형 케이퍼 무비의 완벽한 템포와 짜릿한 연출력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영원한 웰메이드 상업영화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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