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냉혹한 현실의 무게에 눌려 꿈을 잊은 채 살아가는 서글픈 순간을 마주하곤 합니다. 특히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중예술인들이 대중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뒤, 생계를 위해 일상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가 지닌 삶의 기준은 묘한 감정적 일렁임을 마주하게 마련입니다. 과거의 실패가 남긴 마음의 상처를 딛고, 인생에 단 한번 찾아온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거침없는 발버둥을 치는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날카로운 터치로 그려낸 손재곤 감독의 코미디 영화 와일드 씽>을 감상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소동극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세월이 흘러 복고(Retro)라는 이름으로 소비되는 Y2K 문화 이면에 숨겨진 대중문화의 명암..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를 기록하며 대중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병헌 감독의 메가 히트작 을 오랜만에 다시 정주행했습니다.이 작품은 해체 위기에 몰린 마약반 형사들이 범죄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뜻밖의 대박을 터뜨린다는 황당하면서도 영리한 설정을 뼈대로 삼고 있습니다.인터넷에 널려 있는 흔한 제작 비화나 단순 줄거리 나열은 과감히 제외하고, 순수한 말맛과 슬랩스틱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이 영화의 흥행 비결과 극 중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장르적 쾌감을 중심으로 솔직한 관람 후기를 정리해 봅니다.말맛의 대가가 완성한 톱니바퀴 같은 티키타카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무력은 억지스러운 신파나 억지 감동을 철저히 배제한 채, 오직 대사의 리듬감과 타이밍만으로 관객을 쉼 없이 웃긴다는 점에 있습니다..
K-좀비 열풍을 이끌었던 연상호 감독이 이번에는 차원이 다른 크리처물 로 돌아왔습니다. 단순히 자극적인 액션 블록버스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지독하게 파고드는 날카로운 풍자극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방 안에서 스트리밍으로 감상하며 느낀 기괴한 비주얼의 충격과 그 안에 담긴 서늘한 메시지를 솔직하게 정리해 보려 합니다.개인 사라진 좀비 무리, 현대인의 슬픈 초상이 겹치다가장 소름 돋았던 지점은 감염체들의 행동 양식입니다. 이 영화 속 좀비들은 본능에 따라 개별적으로 날뛰지 않습니다. 제목 그대로 하나의 '인공지능 네트워크'나 거대한 유기체처럼 서로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진화합니다. 맹목적으로 무리를 지어 생존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집단 좀비들의 기이한 움직임을 보면..
